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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4042513203679900&outlink=1

 

머니투데이 | 정봄 기자 | 입력 2014.04.28. 05:21

 

정부 부처 15곳에 재난전문가 숫자 물어봤더니…

[세월호 참사]재난전문가 시스템 점검…명단조차 파악 안돼(上)

 

"각종 재난을 체계적으로 진두지휘할 수 있는 전문가가 대한민국에 도대체 몇 명이나 있을까."

 

세월호 사고 이후 본지가 지난 21~25일 재난 대응의 주무 부처인 안전행정부, 소방방재청은 물론이고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한국방재학회 등 유관기관들까지 집중 취재했지만, 이 질문에 속 시원히 답해준 기관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재난발생시 유기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재난전문가들 간 인적네트워크는 아직 구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도 "시·군·구별로 관련 기술자, 민간업체 등을 재난관리시스템(NDMS)에 등록하고 있긴 하지만 재난을 총괄 지휘할만한 전문가를 따로 등록·관리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면 경찰 고위 인사를 책임자로 하는 수사본부가 꾸려진다. 본부장이 수사를 총괄 지휘하긴 하지만 범인을 잡는 결정적인 단서는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가 찾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 수사기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건의 경우 전문가의 역할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전문가의 손길은 필수적이다. 재난안전원의 김동헌 원장은 "재난은 복합·다각적으로 다뤄야하고 어느 한 부분만 봐서는 안 된다"며 "재난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행동할 수 있는 판단력은 재난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상황에 따라 명확하고 신속한 대응을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골든타임'을 놓쳤다. 해경이 사고현장에 도착한 즉시 선내로 진입해 생존자들을 구출하지 않은 초등대응 미흡의 이유도 '재난전문가'의 부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부가 민간 재난전문가 활용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안전행정부가 지난해 5월에 제정한 '중앙안전관리 민관협력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공동위원장 2명을 포함해 40인 내외의 위원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안행부 관계자는 "위원회는 전문적 자문을 주는 집단은 아니며 재난 발생시 컨트롤 타워에 직접적인 자문은 주지는 못한다"고 실토했다.

 

위원회 소속 위원 역시 "민관협력위원회에서 재난긴급대응단을 출범시켜 놨지만 실제 활동은 재난 구호활동의 자원봉사 수준에 그친다"고 비관적으로 평했다.

 

소방방재청에서도 '소방방재전문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적은 있었다. 소방방재청 정책개발분석팀은 2006년 각종 재난업무 추진에 활용한다는 명목 하에 약 700여명의 전문가 리스트를 취합했다. 그러나 정책개발분석팀은 그해 7월 안전서비스혁신단으로 바뀌었고, 그 조차도 현재는 폐지된 상황이다.

 

소방방재청 대변인은 "재난전문가 명단은 기획재정담당관실에서 맡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기획재정담당관실 관계자는 "방재청의 각 실마다 재난전문가 명단이나 실황 파악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따로 명단을 관리하거나 체계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재난전문가 확보의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정책이 오락가락하며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재난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전문성을 관련 부서 행정담당자가 쌓기 힘든 현 구조도 지적되고 있다. 방재안전 직렬공무원이 아닌 이상, 담당 공무원들은 인사체계에 따라 이동되고 결국 제대로 된 전문성은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방재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공주대 정상만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실질적으로 소방방재청이나 안전행정부의 담당자들은 행정이나 시설직"이라며 "정부가 방재안전 직렬공무원을 만들어 재난전문가를 뽑기로 하고 공무원 임용령까지 개정했지만 지금껏 채용한 사람은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과학기술대 김찬오 교수(안전공학과)는 "긴급한 위기순간일수록 재난 유형에 따라 잘 대처해야 한다"며 "유형에 따른 대처 방법을 잘 아는 재난전문가와 정부 간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