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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radio.ytn.co.kr/program/?f=2&id=29597&s_mcd=0206&s_hcd=15

 

 

앵커: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 일부를 제외하고 전체가 바다에 잠겼는데도 긴급 상황에 펼쳐져야 할 구명보트는 단 하나만 펴졌습니다. 선장과 선원들이 비상시에 대응하는 매뉴얼대로만 제대로 지켰더라도 지금 같은 심각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안전매뉴얼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보게 됩니다. 이 얘기를 김동헌 재난안전원 원장님과 전화를 통해서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김동헌 재난안전원 원장(이하 김동헌):

네, 안녕하십니까? 김동헌입니다.

 

앵커:

정말 가슴 아픈 참사인데요. 이렇게 배가 가라앉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선박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된다, 이런 매뉴얼이 보통 있지 않나요?

 

김동헌:

그렇습니다. 사실 세월호 같은 여객선은 사고가 났을 때 선장과 승무원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되는지 정리된 매뉴얼들이 다 비치되어 있죠. 그렇지만 조난 구조까지 요청했던 세월호가 이 매뉴얼이 과연 어떻게 활용될 수 있었을 것인가, 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있죠. 사실 해운법에 선사마다 이런 선박 사고시의 매뉴얼이 포함된 운항관리 규정을 운영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매뉴얼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선장과 승무원의 행동 요령을 규정하고 있는데요. 바다 위의 선박에서 사고가 나면 선장은 가장 먼저 해안경찰이나 항만청 관제실에 상황을 보고하는 이런 게 사고 시 매뉴얼의 가장 앞에 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매뉴얼이 있다 하더라도 실제 교육과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매뉴열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보여주기 식 매뉴얼, 그냥 꽂아 놓은 매뉴얼, 비치되어 있는 매뉴얼, 사실 참 갑갑한 내용이죠. 그래서 이번 세월호의 선장, 선원들이 관련 평소 모의 훈련이나 매뉴얼 활용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었다면 이런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뉴얼 자체도 결국 후진국형 매뉴얼에 불과하다, 정확한 위험성 평가, 소위 말해서 사회과학적인 관점, 또 인간공학적인 관점에 해당하는 그런 위험성 평가를 통해서 발생 가능한 재난, 위험 요소나 극한 상황에 대한 위험 요인들을 규명해서 이에 따른 재난 취약성 평가를 통해서 리스크를 선정하고 상황에 맞는 매뉴얼, 이런 게 갖춰 줘야 선진국형 매뉴얼이 되는 거죠. 이런 부분들이 아마 지금 아직 이런 선사들, 이런 쪽은 그게 부족하지 않나,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앵커:

특히나 세월호 선장이 사람들에게 초반에 안전한 실내에서 기다리라, 라고 안내를 했다고 하잖아요? 이런 경우에는 그럼 매뉴얼하고는 상식적으로는 안 맞다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 선박 매뉴얼에는 어떻게 나와 있을까요?

 

김동헌:

물론 선박 매뉴얼에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앞서 말씀하신 대로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거기에 따라서 연락을 하고 이렇게 하는, 그런 내용이 구성되어 있는 내용인데요. 일단 지금 우리가 이런 가만히 있으라는 내용, 이거 보면 뭔가 생각나는 것 없습니까? 옛날에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요. 그 때 어떻게 했습니까, 기관사가? 전동차에 대기하라, 그러니까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 이러니까 자리에 앉아 있다가 다 불에 타서, 물론 그 때 어쨌든 깜깜하지만 대피했던 사람들은 살았고, 그죠? 이번에 진도의 세월호, 이 부분도 그것과 똑같은 그런 상태라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 안타까운데 그래서 대구 지하철 같은 경우는 그 이후로 사령체계를 새로 세우고 여러 가지 대책을 수립을 했었는데, 안타깝게 선박에 이런 일이 생길 줄, 이렇게 될 줄을 어떻게 알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선박 쪽에 새로운 사령체계나 지휘체계, 이런 게 사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앵커:

그리고 여객선마다 안전 매뉴얼이 다른가요? 아니면 표준 매뉴얼이 있는 건가요?

 

김동헌:

아까 말씀드린 해운법에 선사마다 운항관리 규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배 회사 마다, 그래서 거기 선사가 운영되려면 이런 운항관리 규정이 있어야 되는데 그 운항관리 규정에 이런 매뉴얼들이 다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선사마다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리고 안전관리나 재난과 관련해서 매뉴얼이 아까 말씀하신 대로 꽂혀만 있는 매뉴얼이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그 동안에 전문 인력도 양성을 하고 훈련도 하고, 이런 것들도 들어가 있어야지 될 것 같아요.

 

김동헌: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런 내용으로 해서 사실 이번 세월호 관련해서도 선사 측에서 교육도 하고 훈련도 하고 했다고 하지만은, 사실 이런 경우에 이런 상황까지, 이런 극한 상황까지를 판단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고 있고요. 그래서 이 큰 배가 침몰한다는 것은, 과연 이런 극단 상황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런 재난 안전에 대해서 접근할 때는 통상적인 상황, 시츄에이션을 그대로 놓고 이런 상황이니까 이렇게 간다, 라고 하면 안 되고요. 아주 극한적인 이펙트를 고려해서 준비를 해야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겠네요. 지난번에 마우나오션리조트, 거기서도 눈이 이렇게 올 줄 몰랐다, 라는 대목이 그 때 상황이었잖아요? 그러면 앞으로 이런 몰랐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도록, 이럴 줄 알았다, 라는 식으로 해서 준비가 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앵커:

어떤 면에서는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위기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가정을 해야지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김동헌:

맞습니다. 독일의 사회과학자 울리히 벡 교수님이 위험은 민주적이다,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무슨 뜻이냐면 위험은 민주적이다, 위험은 다 평등하다, 누구도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남자, 여자 구분 없이 똑같이 다 위험은 있을 수 있다, 이런 얘기죠. 그런데 그 위험을 결국은 나는 이럴 일이 없을 것이다, 라고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거죠. 지금 이런 세월호라는 사건 자체가 세월호의 피해를 입은 당사자만 있고 앞으로 우리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으십니까? 없으시죠. 나도 그 가족들이 될 수도 있고 나도 그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이런 상황이 바로 위험이 민주적이라는 거죠.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다시 한 번 잘 되뇌어서 결국은 이런 국민 입장에서, 또는 승객 입장에서, 주민 입장에서 새로 다시 바라보는 시각으로 해서 재난관리 체계가 갖춰졌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조금 더 말씀드리면 모든 지금 현재 국가의 재난관리 체계를 보게 되면 시설과 또는 기관과 어떤 조직, 이런 것에 재난관리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자력 발전소가 어떠느니, 댐이 어떠느니,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죠? 결국은 그게 왜 그렇게 해야 됩니까? 우리 국민을 생각해야 되지 않겠냐, 우리 국민 입장에서 국민을 재난 관점의 주도자가 되고 한다면 그 국민을 위해서 원자력 발전소가, 댐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 이렇게 갔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앵커:

중요한 말씀이십니다.

 

김동헌:

예전에 섬진강 사건으로 인해서 그 때도 문제가 있었는데 주민 대피 계획이 없어서 혼란이 있었던 그런 내용이 있는데, 정작 섬진강 댐에는 주민 대피 계획이 내부적으로는 다 갖추고 있었다, 그거죠. 그런데 실제로 주민들은 그걸 몰랐다, 이거죠. 그래서 이런 내용들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이번 기회로 해서 우리 국민들이 재난 안전 주권을 찾기 위한 대연합, 이런 게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앵커:

재난 안전 주권이요. 이게 사실 어떻게 보면 우리 국민들이 개개인이 준비해야지 된다기 보다는 각 기관이나 나라에서나 이렇게 좀 해줘야지 되는 거 아닐까요?

 

김동헌:

그렇습니다. 우리 헌법에 제 34조 6항에 보면 국가는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헌법에 규정된 거죠.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여러 가지 일들을 하는데 국가 혼자서 하기 힘들어서 재난 책임 기관이라고 두어서 각 공사나 공공기관들한테 각자 일을 맡겨서 같이 재난관리를 하도록 되어있고, 또 각 시설들은 주간 기관, 관리 기관을 두어서 좀 더 이런 시설들을 잘 관리해라, 라고 이렇게 되어 있는데 어쨌든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이 우리 입장에서 이렇게 해 주라, 우리 국민을 누가 주관하고 우리 국민을 누가 관리하느냐, 이거죠. 시설은 주관 기관, 관리 기관이 있지마는, 그래서 이런 관점이 저는, 그래서 이번 세월호 자체도 우리 승객들에 대한 재난 안전 주권을 승객들이 갖고 있었다면 과연 이런 일이 생겼을까, 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볼 수도 있죠. 자, 그러면 세월호 같은 경우에 많은 학생들이 동시에 타게 되면 이 학생들을 그냥 그렇게 태워서 될 일이냐, 이거죠.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을 학교에서부터 이렇게 배를 승선을 할 것이니 이러이러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러면 각자가 목숨에 대해서까지 생각을 해야 된다는 입장에서 만약 진지하게 교육 훈련을 한 번씩만 해도, 각자한테 구명조끼, 그걸 각자 하나씩 주면서 잘 가지고 타도록 나중에 문제 되면 입으라, 라고 이렇게 만약 했다면 과연 이랬을까, 이런 걸로 인해서 너무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재난에 관련된 국민들의 주권도 생각을 해야지 될 때다, 라는 말씀도 들었고요. 이런 일은 다시 없어야겠죠. 지금까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동헌:

감사합니다.

 

앵커:

김동헌 재난안전원 원장이었습니다.